아이폰 생산의 역설: 저렴한 노동력 그 이상의 중국 의존성
애플의 아이폰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한 저렴한 인건비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은 저렴한 노동력 외에도 중국의 독특한 노동 시스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특정 광물 공급망에 대한 의존성 때문에 중국을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 16 프로 조립에 드는 총 인건비는 판매 가격의 4%에 불과한 약 40달러로, 이는 아이폰 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이 아님을 시사한다.
애플이 중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노동력과 속도의 결합
애플은 2022년 11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주당 10억 달러의 손실을 입는 등 중국 의존도에 대한 비판과 압박을 받아왔다. 하지만 인도 등 다른 국가에서 더 저렴한 노동력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아이폰 생산은 여전히 중국에 압도적으로 집중되어 있다. 이는 아이폰이 매분 590대, 시간당 35,000대, 주당 590만 대라는 엄청난 생산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국만이 애플의 엄격한 가격, 규모,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애플은 재고를 '근본적으로 악'이라고 부를 정도로 재고 관리에 철저하며, 연간 74회 재고를 회전시키고 평균 아이폰이 중국 중부에서 고객에게 판매되기까지 단 5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러한 수요 변동에 맞춰 폭스콘은 최대 100만 명의 추가 직원을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이는 중국의 3억 명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 시스템 덕분인데, 이들은 이주 제한으로 인해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어 쉽게 고용되고 해고될 수 있다. 폭스콘은 심지어 학생들을 '인턴십' 명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즉, 애플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저렴한 노동력뿐만 아니라, 높은 수요 변동성과 낮은 재고를 유지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하는 '착취적' 노동 시스템이다.
정저우의 탄생: 정부 지원의 결정체
2007년 아이폰 성공 이후, 폭스콘은 새로운 생산 기지를 물색했고 중국 정저우를 선택했다. 정저우 정부는 폭스콘의 유치를 위해 전례 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존 회사를 철거하고, 지하철 건설을 중단했으며, 폭스콘 공장을 위한 공항까지 건설했다. 또한 법인세를 면제하고 특별 보세 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이는 애플이 중국에 머무는 이유가 저렴한 비용, 세금 감면, 유연한 노동력, 노조의 부재, 학생 인턴, 규제 부족, 그리고 산업 클러스터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베이징 중앙 정부만이 애플을 위해 모든 단계에서 이처럼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애플은 공급망에 깊이 관여하고 투자하며, 엔지니어들을 상하이에 연간 2만 달러 상당의 출장을 보내는 등 폭스콘과의 협력을 통해 제조 공정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며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애플의 규모는 중국 공급업체들을 세계적인 위치로 끌어올리는 시너지 효과를 내며, 애플은 중국의 경제적 목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희토류: 중국이 쥐고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패
애플의 중국 의존성에는 희토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폰을 포함한 모든 전자 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는 채굴 과정이 유독하고 수익성이 낮아 전 세계적으로 생산하는 국가가 제한적이다. 중국은 자국 시민의 복지를 희생하면서까지 희토류 생산을 계속하며 이를 경제적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애플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더라도 중국의 강력한 희토류 통제력이 여전히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이폰 생산의 미래: 중국 의존성 해소는 가능할까?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체 불가능한 중국의 생산 시스템과 환경이 존재한다. 저렴한 인건비를 넘어선 유연한 노동력,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희토류 공급망 통제는 애플이 중국을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이 이 거대한 공급망을 어떻게 다변화하고 위험을 분산시킬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폰의 가격과 생산량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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